이만주 문예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만주 문예만보] 서정춘 시집 <랑> 출판기념회 성료

10월 25일(토) 오후 2시. 은평구 통일로(대조동)에 있는 ‘이호철 북콘서트홀’에서 서 시인의 시詩, 서른한 편이 실린, 일곱 번째 시집 <랑>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도서출판b 펴냄))

홍보가 안 되어 혹시 참석자가 적을까, 걱정했던 후배 시인들의 염려와는 달리 중후한 독자들이 큰 홀을 꽉 채웠다.

표문송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의 사회로, 서 시인(84세)이 말씀을 구수하고 정감있게 이어가, 어느덧 서너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저자 서명 행사’에는 숨어 있던 팬들이 나타나 더욱 보기 좋았다.

통 큰 여성 열혈독자가 끝까지 남아 있던 팬들에게 저녁을 쏘는 바람에 밤 9시까지 같은 건물에 있는 ‘채선당’ 음식점에서 화기애애하게 정담이 이어졌다. 요즘은 다 ‘북콘서트’라고 하는데 오랜만에 보는 품격있는 출판기념회였다.

<랑>

서정춘

랑은

이음새가 좋은 말

너렁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

사랑하기 좋은 말

<반가사유상>

저 다리하며 그 무릎 위에

턱 괴고 앉았기로

천년 시름이겠구나

진즉에 그 자리가 내 자리였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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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필자가 쓴 시

<노시인의 사리舍利>

이만주

어휴, 징혀!

귀 떼고, ㅈ 떼고, 팔다리 자르고, 몽통 없애고

심장만 남았다

이 밤

생각난다

아부이와 마차

첫사랑 순금이

해질녘 와온 바닷가

눈물이 괸다

몇 마디 토해내려

즈믄 해가 걸렸다

그 동강 말이 삶이다

시詩의 도道가 빚은 경옥 같은 사리들

[사진=이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