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축하로 오는 사람이여 화사한 미소로 오라
#1
전화통화 안되는 사람, 정말 밉다. 급한 일인데 어떻게 이틀내내 소식이 닿지 않는가. 온갖 연결망을 다 돌려도 종무소식이다. 은근 부아가 치밀다가도 혹여 병원에 실려간 건지 다시 걱정한다.
나는 잠들 때 빼고는 거의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않는다. 전화, 문자, 톡, 뉴스 등 살펴야 할게 많아서다. 톡은 거의 수백 통을 몰아서 본다. 분초를 다투는 일도 많다. 전화로 대부분 해결된다. 아침부터 전화가 불이 난다.
오늘 조강훈 회장이 보낸 톡에는 예총의 "예술세계" 편집안이 담겼다. 어마어마하다. 일주일 스케줄을 다 쏟아부어야 할만큼의 분량이다. 수업도 해야하고, 밀린 원고도 써야하고, 회의와 결재, 그리고 논문지도. 이번주 순천 스케줄도 막막하다.
진도프로젝트는 어쩌라고. 심지어 어떤 전화는 받기가 두렵다. 받는 순간 당장 만나자거나, 어떤 일을 잘 부탁한다거나, 새로운 일이 몰리거나, 거나하게 취해 귀엽게 주정하는 친구들까지, 그렇다고 받지 않을 수도 없다. 스마트폰이 개발된 이후 나의 깨어 있는 시간은 침몰된 타이타닉처럼 늘 휴대폰 속에 젖어 있다.
오전에 요양원에 들러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연구실에 도착해, "한국연극"에 실릴, 한일60주년 연극을 묻다, 좌담회 원고를 다듬다가 장경민 회장이 언급한 일본 연출가 이름이 헛갈려 웅얼거리다. 다들 바쁘시겠지만, 전화 칼같이 받고 서로 안부는 묻고 삽시다. 댓글도 달고. 톡에 점이라도 하나 찍고. 풍광 좋은 해외사진 있음 보내고. 도대체 그 비싼 스마트폰 왜 들고다니는건데.
진경 이사장님 우유 계란 배달 와 이리 늦노. 점심 못먹어서 배고픈데.
#2
며칠 밤을 새워, 우정만리 2부를 완성하여 오늘 낮에 보내다. 생일날 밤새우고 게슴츠레 기어나와, 낮에 첫 끼니로 식탁에 앉아 기도하고 케이크 촛불을 끄다. 아내의 아이스크림이 달다. 극단에서 낭독극으로 일차 분량 조절했는데, 우수하다. 느지막히 일어나, 카톡을 보니 많은 사람들의 축하 전언이 오다. 가장 긴 축문인데, 예뻐서 페북일기에 옮겨 저장하다.
이대영 원장님, 안녕하세요! 미디어스토리텔링 전공 대표 김00입니다.
먼저, 원장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늘 저희 예술대학원을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만나 뵐 일이 자주 없어 말씀을 못 드렸는데, 최근에 쓰신 '생성형 AI 시대의 예술교육 역량 강화 전략-10대 원소와 9대 유희 요소' 연구논문 정말 잘 읽었습니다.
12월부터 아동 대상으로 AI 스토리텔링 콘텐츠 강의를 나가게 되었는데, 지자체 상대로도 강의제안서를 쓰면서 자체 커리큘럼을 개발할 일이 많았어요. 최근 문화예술강사 단체를 결성하여 AI를 이용한 뮤지컬 창작 수업, 숏폼 동화 제작 수업, 3D 모델링·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형극 수업 등을 등을 기획해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인데, 그 과정에서 교수님께서 쓰신 예술창작의 10대 기본 원소, 9대 유희 요소 부분이 아이디어 구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예술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학생들의 자아발견 및 전인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교수님 논문 덕분에 공부 과정에서 정말 큰 울림을 얻었습니다. 훌륭한 연구 정말 감사합니다. 지원사업에서 좋은 결과 얻게 되면 말씀 드릴게용^^
비록 이번 학기는 제가 뮤지컬 대본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만... 작사 수업으로 한눈을 팔았지만요😅 다음 학기부터는 교수님 수업 꼭 듣고 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뜻깊은 날, 가장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늘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립니다!
김00 드림.
이쁘다. 아무나 스토리텔링 전공대표를 하는게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맞지만, 사실은 언사가 만사이다. 언사가 흐트러지면 삶이 흐트러지고, 언사가 곱고 아름다우면, 삶도 곧고 바르다.
요즘 거짓말쟁이가 많다. 가짜가 진짜가 되면, 진짜가 가짜로 보인다. 뉴스가 그렇다. 진짜와 가짜를 뒤섞는 못된 뉴스가 많다. 매체 선택과 평가에 신중하여야 한다. 대개가 말의 파동을 보면 선악이 보인다. 세상을 둘러보니, 말이 거칠고 기괴하다. 가짜요 거짓이요 악이요 어둠이다. 마음결이 고와야 말빛도 얼굴빛도 곱다. 악인을 멀리하고 의인과 함께하는 삶이 되기를 기도하다. 축하로 오는 사람이여 화사한 미소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