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학박사, 클래식 애호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민석 뮤직박스] 슈만: 피아노 소나타 1번 F sharp단조 op. 11
#1
생물학에서 물리학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올해 초 AI의 발전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 내용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AI가 단순히 세상을 보고 듣는 인식(Perception) 단계를 넘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Generative)하고, 스스로 논리적으로 추론(Reasoning)하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로봇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물리적 AI(Physical AI)’로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가상 세계의 지능이 결국 물리적 실체를 입는 것이 AI 진화의 종착역이라는 통찰입니다. 그런데 병리과 의사로서 이 흐름을 곰곰이 씹어보니, 의학이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의학의 역사를 말할 때 질병을 진단하던 시기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넘어 개인별 맞춤형 정밀 의학, 그리고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는 재생 의학으로 발전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치료 ‘도구’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다른 4단계가 보입니다. 첫 단계는 세균과 병원체를 발견했던 ‘생물 의학’이었고, 이후 아스피린이나 항생제 같은 화학 물질을 합성해 질병과 싸웠던 ‘화학 의학’의 전성기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게놈 지도를 해독하며 유전자를 다루는 ‘유전자 의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의학의 마지막 퍼즐이 ‘물리 의학(Physical Medicine)’에 맞춰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물이나 수술 칼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파동을 이용해 질병을 다스리는 단계입니다.
최근 발표된 물리의학 관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물리 치료라고 하면 단순히 뜨거운 찜질을 하거나 전기를 흘려 근육을 푸는 수준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은 ‘주파수(Frequency)’가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단순히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반응하는 고유의 주파수와 ‘공명(Resonance)’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15~30Hz의 특정 저주파는 뼈세포를 자극해 골절 치유를 돕고 , 200kHz의 전기장은 정상 신경세포는 건드리지 않은 채 교모세포종 같은 암세포의 분열만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또한 초음파도 1MHz 주파수는 깊은 관절을, 3MHz는 얕은 피부를 타겟팅하는 등 주파수는 우리 몸의 깊이와 반응을 아주 정교하게 제어하는 다이얼 역할을 합니다. 이는 주파수가 단순한 에너지 전달자가 아니라 치료의 표적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임을 시사합니다.
마치 라디오 주파수를 정확히 맞춰야 잡음 없이 깨끗한 소리가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생물학적 발견과 화학적 합성에 의존해 질병과 싸워왔습니다. 유전자를 가위질하는 기술까지 등장했지만, 어쩌면 가장 근원적이고 부작용 없는 치료법은 물리학 법칙 안에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젠슨 황이 예견한 AI의 미래가 가상을 넘어 물리적 세계로 나오는 것이듯, 의학 또한 생화학 물질의 시대를 넘어 파동과 에너지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물리 의학의 시대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
오늘 소개할 곡은 로베르트 슈만이 스물세 살 무렵, 사랑의 한가운데에서 써내려간 피아노 소나타 1번입니다. 처음엔 약혼자였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을 떠올리며 시작했지만, 완성될 무렵에는 이미 어린 클라라 비크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음악 전체가 젊은 열정과 흔들리는 감정들로 촘촘하게 스며 있습니다. 슈만이 즐겨 쓰던 예술적 분신,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의 이름으로 익명 출판되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첫 악장은 조용하고 길게 펼쳐지는 Un poco adagio로 문을 엽니다. 마치 밤하늘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달빛처럼, 다음 악장의 주요 선율이 미리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Allegro vivace에서는 슈만이 예전에 썼던 'Fandango'를 바탕으로 한 불꽃 같은 주제가 곧바로 대조를 만들어 냅니다. 조금 뒤 등장하는 부주제는 템포를 낮추고 부드럽게 숨을 고르며, 갑자기 마음 깊은 곳을 스치는 로맨틱한 기류를 품고 있습니다.
재현부 뒤에는 화려한 색채가 뒤섞인 격정적인 전개가 몰아치고, 마지막에는 짧고 어두운 듯한 정서로 조용히 닫힙니다. 두 번째 악장인 Aria는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은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첫 악장에서 살짝 비쳤던 선율이 이제는 온전히 피어오르며 향기로운 선율선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이어지는 스케르초에서는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듯한 익살스러운 주제가 먼저 고개를 들고, 뒤이어 차분한 두 번째 주제가 균형을 잡습니다. 가운데 자리한 Intermezzo에서는 쇼팽의 그림자가 아스라이 비치며 밝고 단정한 선율이 흐릅니다.
마지막 악장은 마치 한 편의 작은 모험담 같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당당한 화음이 빠르게 이어지며 힘 있게 등장하고, 곧이어 보다 온화하지만 여전히 생기를 품은 두 번째 주제가 뒤를 잇습니다. 이후에는 슈만 특유의 이중자아가 등장합니다. 격렬하고 충동적인 플로레스탄과, 고요하고 사색적인 오이제비우스가 번갈아 나타나며 음악을 밀고 당깁니다.
그리고 끝맺음은 거침없는 기교와 에너지로 터져 나오며 화려하게 마무리됩니다. 이 소나타는 단순히 젊은 슈만의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 두 세계가 부딪히고 화해하는 과정처럼 들립니다. 첫 악장의 잔잔한 숨결부터 마지막 악장의 폭발적인 활력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슈만의 내면에 조용히 동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클라우디오 아라우 (피아노)의 1967년 연주입니다. 행복하세요.
슈만: 피아노 소나타 1번 F sharp단조 op. 11
SCHUMANN: Piano Sonata No. 1 in F sharp minor op. 11
I. Introduzione (Un poco adagio - Allegro vivace - Più lento) 13:50
II. Aria 4:09
III. Scherzo (Allegrissimo) ed Intermezzo 5:52
IV. Finale (Allegro un poco maestoso - Più allegro) 12:40
김민석 올림
2025년 11월 26일 슈만: 피아노 소나타 1번 F sharp단조 op.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