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운동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한표 인문일지] 3517.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11월 23일)

1

어제는 24 절기상 소설(小雪)이었다.소설은 24 절기 중 20번째로, 입동과 대설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때부터 첫눈이 내리고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선다. 이때까지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 호박 꼬지, 곶감 말리기 등의 겨울 나기 준비에 바쁘다.

'초순의 홑 바지가 하순의 솜 바지로 바뀐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때이다. 강한 서리가 내리고 나면 땅 위의 풀들은 대부분 죽어버리고, 마지막으로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이파리도 찬바람에 떨어진다. 그래도 아직은 11월이다. 한낮의 햇볕은 온기를 품고 있어서 옛 사람들은 소설을 '소춘(소춘)'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때는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아니니, 겨울철에 어울릴 제철 행복을 준비하는 거다. 내가 올 겨울에 해보고 싶은 것은 추운 날씨에 텀블러에 따뜻한 뱅쇼 와인을 담아서 걷기'를 해보는 거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다리게 되는 건 따끈따끈한 김을 내뿜는 길거리 간식을 미리 떠올려 보는 거다. 예를 들면 타코타기, 붕어빵, 호떡, 편의점 호빵이나 군고구마나 군 밤이 생각난다. 원래 군 고구마나 군 밤은 수레에서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만나야 더 반갑다. 이런 식으로 제철 행복은 봄 날의 벚나무 아래에 선 사람들처럼, 여름의 해변에 흩어져 앉은 사람들처럼, 삶을 지탱해주는 건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기쁨이라는 사실이다. 사소한 것들은 실은 그 무엇도 사소하지 않다.

간식만을 겨울을 나가엔 아쉬우니까 때로는 조금 욕심을 낸 행복으로는 제주산 방어회를 먹는 일과 소곱창을 감자와 함께 구어 풀-바디 레드 와인과 마시는 일이다. 다 좋은 것은 '굳히' 제주에 가 방어회를 먹는 거다. '굳이데이'라는 말이 있다.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 사는 거 뭐 있나? 한겨울 방어 먹을 모슬포에 가고 싶다. 올해 제주를 못가 면, 아니면 늦겨울 새조개 먹으러 갈 생각이다. '산지가 바로 맛집'인 제철 음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귀찮음의 여정에 몸을 싣는 사람만이 제철 낭만을 누릴 자격을 얻는다. 효율 같은 것을 따져서는 한 번 뿐인 인생이 팍팍해진다.

"나만 아는 기쁨의 목록을 가지고 그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가면서 하나의 계절을 날 때 다른 숙제는 필요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김신지 작가는 소설 무렵의 제철 숙제를 다음과 같이 냈다.

- 나만의 겨울철 작은 기쁨 목록' 적어 보기

- 눈사람, 트리 등 만날 때마다 사진 찍어서 모아 두고 싶은 주제 찾아보기

- '굳이' 먹으러 가고 싶은 겨울 제철 음식에 무엇이 있나 살펴 보기

소설(小雪)/김학주

"소설(小雪) 추위는 빚을 내서도 한다"는

속담처럼 겨울이 겨울다워야 할 텐데

추위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손돌 바람이라도 불어 주면

조금 춥다 시퍼

눈치만 살살 보던 눈도 펑펑 내려줄 텐데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음은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작년에 떠났던 칼바람은 오지 않고

늦가을 훈풍에 철모르는 꽃들만 피고 있으니

눈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은

꽃도 싫어라

첫눈 약속은 어디 갔나?

소설(小雪)에는 눈 꽃이 좋아라

2

'주님의 기도'를 깊게 이해해 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 서와 같이 땅에 서도 이루어 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 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 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 소서. 아멘" (마태 6, 9-13, 루카 11, 2-4) 한 구절 씩 정밀 독해를 한다.

§ 주님의 기도는 '주님이 가르친 기도'가 아니라, '주님이 직접 바치신 기도'이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하늘의 의미는 '우주를 주재하시는 분', 즉 '초월적인 분"이란 뜻이 담겨 있다.

§ "우리 아버지"에서 "우리"는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우리 아들' 할 때의 '우리'이다. 예수님은 기도할 때 '우리 엄마'할 때의 뉘앙스로 '우리 아빠'라고 불렀던 거다. '아버지'라고 하는 것은 성경이 그리스어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란 뜻의 그리스어인 '파테르(Pater)'로 기록한 것이다. 하느님을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니까 거리를 두는 거다.

§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빛날 때는 나의 이름이 아버지의 이름을 가리지 않을 때이다. 그럴 때 빛이 난다. 자주 나의 이름이 아버지의 이름을 가리지 않았는가 따져봐야 한다.

§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심"이란 아버지 안에 내가 있는 거다. 동시에 내 안에 아버지가 있는 거다. 그렇게 서로에게 거(居)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는 하느님의 나라이다. 그건 나와 하느님의 관계 성이다. 나와 하느님의 커뮤니케이션, 거기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이다.

§ "아버지의 뜻이 하늘 에서 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에서 "땅"은 인간이다. 우리의 내면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우리 안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버지의 뜻'을 막는 장애물은 '나의 뜻'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라고 기도 했다. 나도 이 기도를 제일 좋아한다.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산상수훈 속에 담겨 있다. 그래 나는 오늘부터 산상수훈의 여덟 가지를 매일 아침마다 암기하고, 그것으로 최선을 위한 하루의 전략을 짤 생각이다.

§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에서 육체적인 양식은 빵이고, 영적인 양식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 양식을 때때로 우리가 차단한다. '나의 뜻'이 '하느님의 뜻'을 가릴 때처럼 말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 4)는 성경 구절을 나는 알고 있다.

미사에서 '주님의 기도'를 올릴 때는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고 끝을 맺는데, 왜 '영원히'인가? 이 3차원 공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다. 그런데 3차원 공간을 넘어서면 공간이란 개념도, 시간이란 개념도 부질없는 곳이다. 그 세상에 '영원함'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죽으면 '영원' 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난 이제부터 사후 세계를 믿을 것이다. 그 영원의 세계를 믿기 때문이다.

3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 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가 동아시아 철학과 닿는 부분이다. 동양 사상에서 하늘이라고 할 때는 별을 가리킨다. 태양과 달이 인간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 그 다음에는 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이다. 그래서 '음양오행(음양오행)'이다.

음양오행을 내 방식대로 그려보았다. 이 이야기는 다른 날 더 말해 볼 생각이다. 하늘의 일곱 개 별은 땅에도 있다. 풍수 전문가들은 산을 볼 때 음양오행으로 분류해서 본다. 우선 음산(陰山)과 양산(陽山)이 있다. 참고로 우리가 양음이 아니라, '음양'이라 말하는 것은 음이 우리 일상에서 그만큼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음은 달이고, 양은 해이다. 그런데 해는 변화가 없지만 달은 매일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더 이야기 한다.

§ 음산은 흙이 표면에 많이 덮여 있는 산이다. 에를 들면, 지리산, 오대산, 무등산 같은 산이 육산(육산)이고 음산이다.

§ 양산은 골산(骨山)이다. 바위가 많아 노출된 산이다. 바위는 인간의 뼈(골)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북한산, 설악산, 가야산(합천), 대둔산 들이다. 보통 악(악) 자가 들어가는 산들은 '골산'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운악산, 관악산, 모악산이 우리나라에서 '악'자가 들어가는 유명한 산이다.

'악'자가 들어가면 바위가 험하다는 이야기이고, 바위가 험한 산들이 기도 발이 잘 받는다. 바위에서 지자기(지자기)가 분출되기 때문이다. 기운이 탈진해 힘이 없을 때는 '골산'으로 가는 게 좋다. 그러나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분노심이 일어날 때는 지리산이 효과적이다. 지리산은 따뜻하게 품어주고, 설악산은 기백과 폐기를 불어넣어준다. 골산과 육산 두 군데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산을 볼 때 오행으로 보기도 한다.

§ 목(봄, 사랑, 동)형산(木型山): 삼각형처럼 끝이 뾰족한 모습이다. 붓의 끝 모양처럼 뾰족한 산이 목산이다. 동네 앞에 문필봉이 바라보이면 그 동네에서는 반드시 유명한 학자나 인물이 배출된다. 예를 들면 경남 산청군 생초면의 필봉산, 전남 장성군의 용진산이다.

§ 화산(火山): 바위 봉우리들이 불꽃러머 이글거리는 모양의 산이다. 이런 산들은 기도발이 잘 받는다고 한다. 기도발은 불꽃처럼 다가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문필봉을 좋아하지만 불교 사상에서는 '화산'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가야산(합천), 설악산, 달마산 등이 대표적이다.

§ 토산(土山): 테이블 또는 두부 모양처럼 정상부가 평평한 모습의 산이다. 토체산(土體山)이 앞에 보이면 군왕이 나오거나 훌륭한 인격자가 나오거나 재력가가 배출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경남 진주시 지수면의 토체 안산이다.

§ 금산(金山): 바가지 또는 종(鐘) 모양처럼 생긴 산이다. 이것도 재물로 본다. 노적봉 형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많다.

§ 수산(水山): 물결처럼 산이 평탄하게 흘러내려간 형태이다. 보통 '수산'은 소가 누운 '와우형(臥牛形)'이 많다.

그리고 상수학에서 수(水)는 숫자로 1과 6이고, 화(火) 2와 7, 목(木)은 3과 8, 금(金)은 4와 9, 토(土)는 5와 10이다.. 만약 그 동네의 주산(主山) 모습이 목형이라면, 그 동네의 장날도 3일과 8일이다. 4일과 9일이라면 주산 형태가 금세형이다. 동네 장날도 아무렇 게나 정한 것이 아니고, 이처럼 지역의 풍수적 원리를 참고해 정했다. 하늘의 별들이 땅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는 것을 충수 사상에서는 질서라고 보았다. 음양오양 이론 이야기는 다음에 더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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