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05)...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타반 마을로
오토바이를 렌트하려는데 도무지 렌트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거의 한 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다 렌트 가게를 발견하였는데, 사람이 없다. 아무리 불러도 사람이 나오지 않아 길 건너편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물어보았더니 렌트 숍의 사람을 불러준다. 겨우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일요일 오전까지 나흘에 60만 동을 달라는 것을 50만 동으로 깎았다. 이 정도면 사파에서 타반까지 두 번 왕복하는 택시값에도 못 미친다.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는데, 주유소를 찾기가 어렵다. 이때부터 시작하여 뭔가 일이 자꾸 꼬인다. 한 문제를 겨우 해결하면 금방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동남아 지역의 오토바이 렌트 숍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줄 때 주유소를 겨우 찾아갈 정도의 휘발유만 넣어 건네준다. 그래서 주유소를 찾아 헤매다간 자칫하면 연료가 바닥날 수 있다. 배낭을 안장 뒷자리에 묶고 주유소를 찾아 나섰는데, 주유소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파 시내를 이리저리 헤짚고 돌아다니다 겨우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 기름을 넣으려 줄을 서있다.
내 차례가 되어 기름을 넣으려니, 뒷자리에 묶어둔 배낭을 다시 풀어야 한다. 그래서 바쁜 마음에 허둥지둥 배낭을 풀려고 하였으나, 얼른 되지 않는다. 겨우 배낭을 풀고 기름을 넣은 후 다시 배낭을 묶기 위하여 오토바이를 옆으로 끌고 나왔는데, 배낭을 묶은 끈이 오토바이 바퀴에 감겨버렸다. 바퀴에 감긴 끈을 풀려고 하니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젊은이가 보다 못해 다가와서 한참 끙끙대더니 겨우 끈을 풀어준다.
오토바이로 사파 시가지를 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니 피로가 몰려온다. 서툰 운전으로 엉켜있는 차와 오토바이 틈을 빠져나가는 일이 보통 일이 어니다. 게다가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빗줄기도 점점 세진다. 일단 오늘 숙박지로 가서 짐을 풀고 좀 쉬어야겠다. 오늘부터 4박을 할 곳은 사파 시가지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타반 마을의 홈스테이이다.
구글 내비를 보며 찾아가야 하는데,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는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 왔는데, 오토바이 수납함에 넣어두었다. 비옷도 수납함에 들어있다. 수납함을 열려고 했으나 도저히 못 열겠다. 할 수 없이 중간중간에 주머니 속의 내비를 꺼내보면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타반 마을을 찾아간다. 비가 점점 거세지지만 비옷도 꺼낼 수가 없어 그대로 빗속을 달린다. 중간중간에 비포장 도로도 많아 위험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제 타반 마을의 숙소를 향해 달린다.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 있다. 가져온 우의를 꺼내 입을까 하다가 큰 비가 아니라 참고 달리기로 했다. 중간에 비포장 도로가 몇 번 나온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자칫하면 넘어지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꼭 비포장 도로를 지날 때마다 맞은편에서 차가 온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핸들이 내 마음대로 꺾이지 않아 차와 마주칠 때는 정말 조심하여야 한다. 진땀을 흘리며 겨우 비포장 도로 구간을 빠져나왔다.
한참을 달리니 길 아래쪽부터 시작하여 건너편 산허리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온통 다랭이 논의 풍경 속에서 보이는 이 마을이 바로 내가 숙박하기로 되어 있는 타반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서 늦은 점심으로 쌀국수를 사 먹었다. 어제 베트남에 입국한 이래 제일 값싼 식사였지만 제일 맛있었다. 타반 마을은 2~300호쯤 되어 보이는 제법 큰 동네인데, 산 중턱에 걸쳐 넓게 퍼져있다. 사파가 세계적인 힐링의 성지로서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이 인근의 마을들이 모두 상업화되어 가지만, 타반 마을은 가장 때가 덜 묻은 곳이라 한다.
타반 마을 위쪽과 맞은편 저 건너는 모두 다랭이 논이다. 내가 묵을 숙소는 타반 드래건 하우스라는 홈스테이로서, 마을 높은 쪽에 위치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열려고 해도 안 열리던 오토바이의 사물암 뚜껑이 숙소에 도착하니까 쉽게 열린다. 그리고 어느새 그 지독하던 안개와 비도 그쳤다. 오늘은 나돌아 다니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2층에 있는 방에 들어가니 더블 침대 발 끝쪽 벽은 통유리로 되어있고, 밖은 베란다로 되어있다. 창문 너머 저 아래로 마을풍경이 펼쳐 보인다. 최고의 뷰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용이다. 샤워장의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몸에 비누칠을 하였는데,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비누칠만 하지 않았더라도 도중에 나오면 될 터인데, 이미 온몸에 비누를 칠한 뒤라 고약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찬물로 비누를 씻어내고 떨면서 방으로 돌아왔다. 전기매트가 켜진 침대 속에 들어가니 살 만하다. 이제야 몸에 한기가 좀 가신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가 귀찮아 안주인에게 이곳에서 식사할 수 없느냐고 물으니, 괜찮다면 자기 식구들과 함께하자고 한다. 나도 흔쾌히 응했다. 흰 쌀밥에다 3가지 채소무침에다 두부와 닭찜을 곁들인 푸짐한 저녁이었다. 밥맛도 '아끼바레' 쌀로 지은 밥보다 나은 것 같았다.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부부가 일남일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부인이 아주 젊고 예쁘다. 체격이나 얼굴 모습을 봐서는 아마 소수민족인 것 같다. 이 마을의 원주민들은 아마 거의 소수민족일 것이다. 처음에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고 동생이냐고 물으나, 펄쩍 뛰면서 아들이라 했다.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렇지 즐거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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