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05)...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타반 마을로

이재형 승인 2024.04.20 05:34 의견 0
이재형 주말농부, 배낭여행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05)...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타반 마을로

오토바이를 렌트하려는데 도무지 렌트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거의 한 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다 렌트 가게를 발견하였는데, 사람이 없다. 아무리 불러도 사람이 나오지 않아 길 건너편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물어보았더니 렌트 숍의 사람을 불러준다. 겨우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일요일 오전까지 나흘에 60만 동을 달라는 것을 50만 동으로 깎았다. 이 정도면 사파에서 타반까지 두 번 왕복하는 택시값에도 못 미친다.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는데, 주유소를 찾기가 어렵다. 이때부터 시작하여 뭔가 일이 자꾸 꼬인다. 한 문제를 겨우 해결하면 금방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동남아 지역의 오토바이 렌트 숍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줄 때 주유소를 겨우 찾아갈 정도의 휘발유만 넣어 건네준다. 그래서 주유소를 찾아 헤매다간 자칫하면 연료가 바닥날 수 있다. 배낭을 안장 뒷자리에 묶고 주유소를 찾아 나섰는데, 주유소가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파 시내를 이리저리 헤짚고 돌아다니다 겨우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 기름을 넣으려 줄을 서있다.

[사진=이재형]
[사진=이재형]


내 차례가 되어 기름을 넣으려니, 뒷자리에 묶어둔 배낭을 다시 풀어야 한다. 그래서 바쁜 마음에 허둥지둥 배낭을 풀려고 하였으나, 얼른 되지 않는다. 겨우 배낭을 풀고 기름을 넣은 후 다시 배낭을 묶기 위하여 오토바이를 옆으로 끌고 나왔는데, 배낭을 묶은 끈이 오토바이 바퀴에 감겨버렸다. 바퀴에 감긴 끈을 풀려고 하니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젊은이가 보다 못해 다가와서 한참 끙끙대더니 겨우 끈을 풀어준다.

오토바이로 사파 시가지를 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니 피로가 몰려온다. 서툰 운전으로 엉켜있는 차와 오토바이 틈을 빠져나가는 일이 보통 일이 어니다. 게다가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빗줄기도 점점 세진다. 일단 오늘 숙박지로 가서 짐을 풀고 좀 쉬어야겠다. 오늘부터 4박을 할 곳은 사파 시가지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타반 마을의 홈스테이이다.

구글 내비를 보며 찾아가야 하는데,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는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 왔는데, 오토바이 수납함에 넣어두었다. 비옷도 수납함에 들어있다. 수납함을 열려고 했으나 도저히 못 열겠다. 할 수 없이 중간중간에 주머니 속의 내비를 꺼내보면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타반 마을을 찾아간다. 비가 점점 거세지지만 비옷도 꺼낼 수가 없어 그대로 빗속을 달린다. 중간중간에 비포장 도로도 많아 위험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사진=이재형]

이제 타반 마을의 숙소를 향해 달린다.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 있다. 가져온 우의를 꺼내 입을까 하다가 큰 비가 아니라 참고 달리기로 했다. 중간에 비포장 도로가 몇 번 나온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자칫하면 넘어지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꼭 비포장 도로를 지날 때마다 맞은편에서 차가 온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핸들이 내 마음대로 꺾이지 않아 차와 마주칠 때는 정말 조심하여야 한다. 진땀을 흘리며 겨우 비포장 도로 구간을 빠져나왔다.

한참을 달리니 길 아래쪽부터 시작하여 건너편 산허리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온통 다랭이 논의 풍경 속에서 보이는 이 마을이 바로 내가 숙박하기로 되어 있는 타반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서 늦은 점심으로 쌀국수를 사 먹었다. 어제 베트남에 입국한 이래 제일 값싼 식사였지만 제일 맛있었다. 타반 마을은 2~300호쯤 되어 보이는 제법 큰 동네인데, 산 중턱에 걸쳐 넓게 퍼져있다. 사파가 세계적인 힐링의 성지로서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이 인근의 마을들이 모두 상업화되어 가지만, 타반 마을은 가장 때가 덜 묻은 곳이라 한다.

[사진=이재형]


타반 마을 위쪽과 맞은편 저 건너는 모두 다랭이 논이다. 내가 묵을 숙소는 타반 드래건 하우스라는 홈스테이로서, 마을 높은 쪽에 위치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열려고 해도 안 열리던 오토바이의 사물암 뚜껑이 숙소에 도착하니까 쉽게 열린다. 그리고 어느새 그 지독하던 안개와 비도 그쳤다. 오늘은 나돌아 다니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2층에 있는 방에 들어가니 더블 침대 발 끝쪽 벽은 통유리로 되어있고, 밖은 베란다로 되어있다. 창문 너머 저 아래로 마을풍경이 펼쳐 보인다. 최고의 뷰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용이다. 샤워장의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몸에 비누칠을 하였는데,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비누칠만 하지 않았더라도 도중에 나오면 될 터인데, 이미 온몸에 비누를 칠한 뒤라 고약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찬물로 비누를 씻어내고 떨면서 방으로 돌아왔다. 전기매트가 켜진 침대 속에 들어가니 살 만하다. 이제야 몸에 한기가 좀 가신다.

[사진=이재형]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가 귀찮아 안주인에게 이곳에서 식사할 수 없느냐고 물으니, 괜찮다면 자기 식구들과 함께하자고 한다. 나도 흔쾌히 응했다. 흰 쌀밥에다 3가지 채소무침에다 두부와 닭찜을 곁들인 푸짐한 저녁이었다. 밥맛도 '아끼바레' 쌀로 지은 밥보다 나은 것 같았다.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부부가 일남일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부인이 아주 젊고 예쁘다. 체격이나 얼굴 모습을 봐서는 아마 소수민족인 것 같다. 이 마을의 원주민들은 아마 거의 소수민족일 것이다. 처음에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고 동생이냐고 물으나, 펄쩍 뛰면서 아들이라 했다.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렇지 즐거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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