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부용] 세계 문자 한글의 장래(8)...중국어는 한글 세계화를 위한 고속도로

신부용 승인 2024.04.15 16:38 | 최종 수정 2024.04.16 11:12 의견 0
신부용 선진사회만들기 운영이사 [사진=더코리아저널]


[특별기고 신부용] 세계 문자 한글의 장래(8)...

중국어는 한글 세계화를 위한 고속도로

싫건 좋건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입니다. 5000년 역사를 보거나 작금의 지정학적 대치 국면을 보거나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중국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고, 그래서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중국에 대해 부끄러울 정도로 아는 바가 적지만 중국어에 관해서는 한마디할 필요를 느낍니다.

우리들 기성세대는 대부분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중국어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선택 과목인 제2외국어 8개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그나마 인기가 없어 실제로 중국어를 선택하는 학생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고 합니다. 영어와 함께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언어가 중국어임을 감안할 때 영어에 비해 중국어를 너무 홀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웃 간에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것을 놓칠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어가 필수 과목이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우리의 인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 시사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지난해 11월 정치, 경제, 군사력을 비롯한 국가 영향력 등으로 평가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the planet's most powerful countries)’ 순위에서 한국을 2년 연속 6위로 선정했습니다. 프랑스나 일본보다도 높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등 열강과 함께 세계 평화와 국제 질서 유지에 앞장서야 하고,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도 중심추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선 중국을 더 잘 알아야 하며 중국어는 그 첫째 필수조건입니다.

우리가 중국어를 잘 알아야 할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글과 중국어의 관계입니다. 훈민정음언해 첫마디가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로 시작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한자가 어려워 제 뜻을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안타까이 여겨 한자로부터 해방시켜 주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600년이 다 돼서야 한글 전용에 성공했지만 아직 한자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의 상당 부분이 한자로 기록돼 있고 우리 어휘의 절반 이상이 한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한자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우리가 문화강국으로 더욱 성장하려면 동서의 문화를 더 많이 포용해야 하므로 한자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글 전용을 완성하면서도 한자를 포용하려면 중국어를 필수 외국어로 받아들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면 한자는 자연히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어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

중국어와 가까이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중국어가 한글을 세계 문자로 등극시켜 주는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세종대왕이 후손을 위해 묻어 둔 보물을 캐내는 격입니다. 세계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 영어 못지않게 많을 것입니다. 특히 미중 관계가 심각해지면서 미국 정부는 다수의 중국어 전문가를 양성하려 하지만 중국어를 배우러 나서는 사람이 드물다고 합니다. ‘중국어는 중국인과 함께 살지 않고는 배울 수 없는 언어’라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중국어 배우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 한글은 로마자에 비해 중국어 병음 표기와 학습이 훨씬 쉽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도 쓰는 처자(妻子)라는 단어는 중국어로 ‘치이즈’로 발음되고 로마자 병음으로는 qīzi로 표기하며, ‘츠찌이’로 읽는 자극(刺激)은 cìjī로 적습니다. q와 c가 모두 ‘ㅊ’으로 소리 나지만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달리 씁니다. j와 z도 발음은 똑같이 ‘ㅈ’으로 내지만 역시 선택해서 써야 합니다. 모음 ‘i’는 ‘으’ 또는 ‘이’로 발음돼 혼동스럽습니다. 한글로 표기하면 이런 혼동이 일시에 해소되기 때문에 로마자 병음 익히기에 드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한글은 발음표기 말고도 한자의 대체 글자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의성어처럼 어려운 한자는 한글로 쓰면 편리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자와 한글의 혼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둘째, 중국어는 언어 구조상 한자의 뜻을 쉽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天’자를 중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在地面以上的高空’ 으로 설명돼 있어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글자의 뜻을 잘 모르고 어휘나 문장을 대충 이해한다고 합니다. 이런 허점 때문에 그들은 효율적 학습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습자를 위한 중국어사전이 없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한글을 기반으로 하면 한자의 뜻을 쉽게 깨닫게 하는 학습법을 개발할 수 있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초보자를 위한 중국어사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중국어 학습법’과 HSK5급 ‘중한영 입체 사전’을 편찬해 이를 실증한 바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중국어를 쉽게 배운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외국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러 우리나라로 몰려들어 한국이 중국어 학습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어 학원 운영과 강사 양성 및 학습서 출판 등 관련 산업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한글이 자연스럽게 세계 문자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 필자소개 / 신부용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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