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04) ...사파의 안개 속을 헤매다

이재형 승인 2024.04.14 16:36 의견 0
이재형 주말농부, 배낭여행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04) ...사파의 안개 속을 헤매다

방 안의 공기는 차갑지만, 전기 매트로 잠자리는 따뜻하니 견딜만하다. 공기가 차다 보니 자꾸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어 일찍 깼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방안 온도를 보니 14도, 이곳 고도는 약 1,500미터 정도이다. 설악산 소청봉 정도의 높이이다. 잠도 오지 않아 태블릿 PC로 영화를 보면서 짐 정리를 했다. 공기가 차니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사진=이재형]

베트남의 사파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고자 한다.

사파(Sa Pa)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10시 방향으로 약 3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고산 지역에 있는 도시이다. 이곳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판시판 산이 위치해 있다. 사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다랭이 논이다. 이곳에는 주로 묘족(苗族) 계통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그곳의 험준한 산악 지대를 모두 다랭이 논으로 바꾸었다. 1990년대 경부터 이곳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이곳은 마음의 안식을 찾는 사람들의 힐링을 위한 최고의 성지로 인정받게 되었다.

나는 5년 전에 이곳 사파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 트레킹 투어 신청을 하였는데, 공교롭게 트레킹 당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이미 예약을 한 터라 내키지 않았지만 투어에 나섰는데, 트레킹이 시작된 얼마 뒤 나같이 나이든 사람이 참여할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파 시내에서 가파른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트레킹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 진흙탕으로 변한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 중간에 그만두려 했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악전고투를 하며 내려오다가 마지막 목적지를 10여 미터 앞두고 그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뾰쪽한 바위가 엉덩이의 꼬리뼈를 직격 하여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그로 인한 허리의 충격으로 거의 제대로 걷지도 못할 상태로 돌아와 가까스로 귀국을 하였다. 당시에는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영구 장애인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행히 귀국하여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도 조금만 무리를 하면 허리가 아프다. 그런만큼 나로서는 사파는 쓰라린 상처가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파의 아름다운 자연을 잊지 못해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이다.

[사진=이재형]


많은 사람들이 사파라 하면 아주 형편없는 깡촌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가지 인구가 거의 10만에 가까우며, 대형 호텔을 비롯하여 대형 음식점, 유흥업소 등이 시가지 전체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옛날 산간 마을이 큰 시가지로 변했기 때문에 난개발의 전형을 본다. 좁은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며, 건물들이 제멋대로 자리하고 있다. 차와 오토바이, 사람이 뒤엉켜 좁은 시내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아침에 호텔을 나와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시가지 구경을 했다.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안개가 아니라 구름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안개와 구름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가랑비인지 아니면 안개의 물방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안 쓰기도 그런 애매한 상태이다, 사람들과 자동차, 오토바이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니 금방 피로해진다. 시내 중심가를 둘러봤으니 이제 시 외곽으로 사파를 세계에 알린 그 다랭이 논을 보러 가야겠다.

[사진=이재형]

사파를 찾는 사람들은 사파 시가지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사파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을 원하여 이곳을 찾은 것이다. 사파 지역에는 사파 시가지가 중심에 있고, 시가지를 중심으로 하여 몇 개 마을이 산재해 있다. 사파 시내에는 수많은 숙소가 있는데, 근처 마을에도 홈스테이 형태의 숙소가 적지 않다. 이러한 마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타반 마을(Ta Van Village)이다. 나도 숙소로 타반 마을의 드래건 하우스(Dragon House)라는 홈스테이에 예약을 해두었다.

타반 마을은 사파 시가지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넷에서 경험담을 보니 사파에서 타반 마을까지 택시비는 대략 15만 동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진작부터 오토바이를 렌트할 계획이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곳에서 관광을 하려면 택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택시로 관광을 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여행 효율도 낮다. 이에 비해 오토바이는 언제든지 마음내키는대로 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효율적이다.

[사진=이재형]


이제 베트남 여행을 하려면 베트남 돈을 가져야 한다. 어제 100불을 환전하였지만, 이걸로는 경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돈을 찾아야 한다. 미리 트래블 월렛에 6백만 동(약 32만원) 정도를 환전해 두었다. ATM 기계를 통해 돈을 인출하려는데 뭐가 안된다. 거의 30분 정도를 ATM 기계와 씨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젠 가지고 있는 달러로 여행경비를 해결하여야 한다. 가지고 있는 달러는 모두 1,200불 정도이다. 될 수 있는 한 현금을 아껴야 한다. 이걸로 도저히 앞으로 40일 간의 여행경비를 충당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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