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3)... 사파(沙垻)에 무사히 도착

이재형 승인 2024.04.07 21:20 의견 0
이재형 주말농부, 배낭여행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이재형]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3)... 사파(沙垻)에 무사히 도착

버스는 사파를 향해 달린다. 하노이 공항에서 사파까지는 약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하노이 시내를 빠져나가자 시골길이 이어진다. 지금 한국은 한겨울이어서 모두 잿빛 풍경이지만, 이곳은 녹음이 우거져있다. 사파는 베트남 북부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는 점점 산길로 들어선다. 5년 전에 이곳 사파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길이 무척 험하여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차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그 사이에 도로가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차는 아주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달린다.

출발한 지 4시간 정도 지났을까, 버스가 휴게소에 들렀다. 베트남의 슬리핑 버스는 신발을 벗고 탄다. 그래서 휴게소에 내릴 때면 사람들이 다시 신발을 신느라고 불편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슬리퍼를 제공해 준다. 이 버스도 당연히 슬리퍼를 준비해두고 있다. 버스 문 아래에는 큰 플라스틱 통이 있고, 그 안에는 슬리퍼가 가득 채워져 있어 승객들은 그 슬리퍼를 신고 내리면 된다. 휴게소에 내렸지만 별로 식욕이 없어 그냥 코코넛 한 개로 갈증을 때웠다.

[사진=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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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다시 출발하여 두 시간쯤 지나 사파 종점에 도착하여 내렸다. 이미 날은 캄캄해져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 이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으니, 예약한 숙소가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역시 알 수 없다. 일단 종점의 버스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함께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로 북적거린다. 이때 어떤 젊은 친구가 다가와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베트남에는 시외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수많은 택시 운전사들이 달려들어 바가지를 씌우려고 한다. 나는 이 친구도 당연히 그런 택시 운전사인 것으로 알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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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로 확인을 해보니 호텔까지 약 3킬로가 된다고 나온다. 도저히 이 밤중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이때 좀 전에 어딜 가느냐고 묻던 젊은 친구가 다시 다가와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나는 조금 짜증이 나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버스 터미널의 직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예약한 호텔 이름을 말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5분쯤 기다렸을까, 밴이 한 대 왔는데 그걸 타라고 한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짜증을 낸 것이 미안하다. 공항에서 버스를 예약했을 때, 예약을 해준 친구가 사파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까지 모두 예약해 준 것이었다. 밴 기사에게 호텔 이름을 말해주니 바로 호텔 입구까지 데려다준다.

그런데 이 교통 서비스 과정에 약간의 감동을 받았다. 밴에는 여러 명의 승객들이 탔지만 모두 내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골목으로 약 20미터 정도 들어가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만약 그 골목으로 차가 들어간다면 안에서 차를 돌릴 수 없어 후진으로 다시 도로까지 나와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사는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20미터 안쪽에 있는 호텔을 가르쳐주고 내게 그곳까지 걸어가라고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로에서 차를 억지로 돌리더니 후진하여 그 호텔 현관 앞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관 바로 앞에 나를 내려주고는 떠난다. 승객에 대한 최대한의 서비스이다.

사파는 해발 1,5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비록 이곳이 열대지방이라고는 하지만 춥다. 예약한 숙소는 저가의 호텔이다. 이곳의 12월은 우기(雨期)이다. 날씨는 흐려 습기가 많다. 호텔 바닥은 인조 대리석으로 되어있는데, 습기로 인해 물기가 번들거리고 있다. 방안에 들어가니 춥다. 5년 전 이맘때에 이곳 사파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추위에 떨었는데, 오늘은 그때보다도 더 춥다. 그런데 다행히 침대에는 전기매트가 깔려 있다.

배가 고파 일단 저녁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왔다. 주위에는 혼통 마사지 숍이고 식당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몇 곳의 식당도 이미 늦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러던 중 꼬치를 파는 작은 가게를 발견하여 꼬치 몇 개로 저녁을 때웠는데, 꼬치 몇 개에 맥주 한 병 해서 12만 동, 맛은 없고 값은 비싸다.

호텔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방의 냉기로 온몸이 떨린다. 그래도 침대 안으로 들어가니 전기 매트로 따뜻하다. 침대 밖은 추워 나오기가 나오기가 싫다. 사파에서는 5일간 있을 예정인데, 사파 시가지에 머물 이유가 없다. 사파 부근에 있는 소소민족 원주민들이 사는 타반 마을(Ta Van Village)의 홈스테이에 예약을 해두었으므로, 오늘만 이곳에서 지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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